의료용 대마 허용에 따른 우리의 과제
최화경 - 박사
- 전 국립부곡병원 중독진단과장
1. 전 세계 대마류의 남용, 재배 및 압수 현황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서 발간한 WORLD DRUG REPORT 2018에 의하면 대마는 가장 널리 재배되는 마약류로, 2010년~2016년까지 7년 간 전 세계 인구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145개 국가에서 대마가 재배되었는데, 이는 양귀비 재배가 보고된 국가의 두 배가 넘는 수치라고 한다.
2016년 세계 인구의 3.9%인 1억 9,220만 명이 대마를 경험해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006년 대비 16% 증가한 수치이다. 미주 지역에서의 대마 남용자 수는 2006년 성인인구의 6.9%인 4,050만 명에서 2016년에는 성인인구의 8%인 5,290만 명으로 증가하였고, 특히 미국에서 대마 남용자가 가장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는 일부 주의 대마 합법화로 인해 대마사용에 대한 위험 인식이 감소하였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2. 대마의 종류 및 성분
우리나라의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4호에 의하면 “대마”란 가.대마초와 그 수지(樹脂), 나.대마초 또는 그 수지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모든 제품, 다.가목 또는 나목에 규정된 것과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라.가목부터 다목까지에 규정된 것을 함유하는 혼합물질 또는 혼합제제에 해당하는 것이다. 다목에 해당하는 화학적합성품이란 THC, 칸나비놀(cannabinol(이하 CBN))과 칸나비디올(cannabidiol(이하 CBD))을 말한다. 다만, 대마초의 종자(種子)·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은 제외한다.
마리화나(Marijuana)란 개화기에 대마(학명:Cannabis sativa L.)를 채취, 잎과 꽃을 말린 것으로 마리화나라는 이름은 포르투갈어의 ‘mariguango(취하게 만드는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며, 주로 궐련이나 파이프로 흡연한다.
대마 식물은 cannabinoids라 불리는 70여종의 화합물과 400종 이상의 다른 여러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중 중요 정신활성 성분인 delta-9-tetrahydrocannabinol(이하 THC)은 마음(정신)을 바꾸는 약물(mind-altering chemical)로 이 물질 때문에 흡연 시 도취 및 환각상태에 이르게 된다.
해시시는 암식물이 분비한 THC 함량이 높은 끈적한 수지를 채취하여 건조한 것으로 8~14% 의 THC를 함유하고 있어 대마초보다 8배∼10배 가량 작용이 강하며 흡연하거나 브라우니, 쿠키, 사탕 혹은 차로 끓여 마시는 등 음식에 섞어 조리, 섭취한다.
해시시 오일은 해시시를 알코올이나 다른 용매로 반복 추출하여 얻은 갈색의 점액성 액체로 20% 이상의 THC를 함유하며 궐련형 대마초에 1방울을 떨어뜨려 사용한다.
3. 대마의 작용
대마는 소량에서는 진정작용 혹은 이완작용을 나타내며 과량에서는 환각작용을 나타낸다. 대마의 작용으로는 멍함, 늘어짐, 졸림, 행복하나 초조, 즐거움, 기억과 생각, 집중력, 감각 시간인식 및 통합적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며, 시각, 청각, 촉각의 변화와 올바른 판단 불가 등이 있다.
1) 단기 사용 효과
감각 인식 강화, 행복감, 나른함, 이완감, 느려진 반응속도, 균형과 행동 조절이상, 심박수와 식욕 증가, 학습과 기억 장애, 환각, 불안, 공황발작, 정신병 등이 보고되어 있다.
① 뇌에 미치는 영향: 대마는 “쾌감”을 느끼게 하며 이외에도 감각의 변화(예: 색상이 밝게 보임), 시간 감각의 변화, 분위기 변화, 신체 운동 손상, 사고와 문제 해결의 어려움, 기억력 손상, 과량 복용시 환각과 과대망상 및 정신병 등을 유발한다.
② 심리적·행동적 효과: 다행감과 행복감, 이유 없이 바보같이 웃음, 시각과 청각이 예민해짐, 주위 환경에 대한 자각이 높아짐, 시간이 천천히 가는 느낌, 창의성이 높아진 느낌(심오한 느낌), 기억력 손상, 집중력 손상, 운동수행 능력 손상, 어지러움, 걸음걸이 손상, 사고 유발 가능성 증가(2.5 배), 범죄성 증가.
2) 급성 생리적 작용
심박률 상승(분당160회까지), 기립성저혈압, 혈관 팽창으로 인한 눈의충혈(1시간 후 최고조), 안내압 감소, 배고픈 느낌(식욕촉진으로 인한 체중증가), 구갈, 저농도에서는 성욕증가, 고농도에서는 발기부전(∵testosterone 농도저하)을 일으킨다.
3) 장기사용 효과
① 뇌에 미치는 영향: 대마는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10대 때에 대마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사고력, 기억력 및 학습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기능에 필요한 영역간의 연결 구축 방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② 정신건강 장애, 만성 기침, 잦은 상기도 감염, 불안, 편집증, 공황상태, 우울증, 고혈압, 천식, 기관지염, 심장 질환 등이 보고되어 있다.
4) 대마 사용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영향
① 신체적 영향: 호흡 곤란, 심박수 증가, 임신 중 및 임신 후의 사용으로 인한 아동 발달 장애, 강렬한 메스꺼움과 구토
② 정신적 영향: 장기적인 사용은 환각, 편집증, 조현병 환자의 증상 악화 등을 유발한다.
4. 대마의 중독성
대마를 사용하면 자신과 타인,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사용을 중단할 수 없는 의학적 질병인 약물사용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대마 사용자 중 9~30%가 대마사용 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또한 18세 이전에 대마를 사용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 대마를 사용한 사람보다 대마사용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4~7배 더 높다고 한다.
대마사용 장애는 대마를 사용하지 않을 때 금단증상을 느끼는 의존성과 관련이 있다. 즉, 대마를 자주 사용한 사람은 과민성, 기분과 수면 장애, 식욕 감소, 갈망, 불안 및 혹은 다양한 형태의 신체적 불편함 등의 금단증상이 사용을 중지한 후 1주일 이내에 심하게 나타나 2주까지 지속된다.
5. 대마가 삶에 미치는 영향
대마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과 비교할 때, 많은 양의 대마를 자주 사용한 사람은 삶의 만족도가 감소하고 정신건강 장애, 신체건강 장애 및 관계 형성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또한 학업 및 직장에서의 성공률이 낮으며, 학업의 중도 포기 가능성이 높고, 직장의 결근, 사고 및 상해 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6. 의료용 대마
의료용 대마란 질병 및 기타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대마식물 혹은 이의 추출물을 말한다. 대마식물에는 다양한 질병과 증상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대마의 의학적 사용의 합법화를 주장하거나 합법화하는 나라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1) 칸나비노이드류(cannabinoids)의 치료효과
칸나비노이드류는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대마의 마음을 바꿔주는 주성분인 THC와 관련된 화학 물질로 대마식물에는 100여 가지 이상의 칸나비노이드류가 함유되어 있다. 이들 카나비노이드류 중 일부는 작용이 매우 강력하여 오·남용하면 중독을 비롯한 심각한 건강상의 영향을 초래한다. 현재 의학적으로 관심을 받는 주요 칸나비노이드는 THC와 CBD이다. THC는 식욕을 증가시키고 메스꺼움, 통증, 염증(팽윤과 홍조) 및 근육조절장애를 감소시킬 수 있어서 메스꺼움 치료와 식욕 증진에 사용되는 2개의 정제인 dronabinol과 nabilone을 미국 FDA에서 의약품으로 승인하였다. CBD는 THC와는 달리 쾌감과는 무관한 칸나비노이드로, 중독성이 없어서 오락용 목적보다는 통증과 염증을 줄이고, 간질 발작을 조절하며, 정신병과 중독을 치료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 FDA는 심한 아동기 간질, 드라베트 증후군 및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치료제로 Epidiolex®라고 하는 CBD성분의 액상 약물을 의약품으로 승인하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하는 최근의 동물 연구에 의하면 대마 추출물은 특정 암세포를 죽이고 다른 암세포들의 크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설치류를 이용한 세포 배양 연구에 의하면 대마식물 전체에서 얻은 정제된 추출물이 가장 심각한 종류의 뇌종양 중 하나인 암 세포의 성장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한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THC와 CBD의 정제된 추출물을 방사선으로 사용할 때 방사선의 암세포 살상 효과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HIV/AIDS와 근육 조절의 점진적 소실을 초래하는 다발성 경화증을 포함한 면역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 염증, 고통, 발작, 물질사용장애와 정신 질환 등의 질병 및 기타 증상 치료를 위한 연구로 대마 및 그 추출물에 대한 전임상 및 임상 시험도 수행되고 있다.
2) CBD의 작용
① CBD는 대마식물의 80여 가지의 활성 칸나비노이드 화학 물질 중 하나이다. 대마의 주요 정신 활성 칸나비노이드인 THC와 달리 CBD는 다행감이나 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
② CBD는 세포 배양 및 전 임상 연구에서 항발작, 항산화, 신경세포보호, 항염증성, 진통제, 항종양, 항정신병 및 항불안 치료에 유용할 수 있는 다양한 효과를 나타냈다.
③ 동물실험에서 발작의 정도를 줄이는 항 경련 작용이 있다고 보고되었으며 다른 약물로는 치료되지 않는 간질을 앓는 소아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례 연구와 일화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간질 치료제로서의 CBD의 효능에 관해 확고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는 아직까지는 부족하다고 한다.
④ CBD의 안전성: CBD는 THC와 분자구조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THC보다 100배 높은 용량에서도 칸나비노이드 수용체와 약하게 작용하여 THC와 같은 사고와 인식의 변화가 CBD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CBD의 안전성과 효능에 관한 25개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광범위한 용량을 급성 및 만성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투여한 결과 심각한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았다.
3) 국외에서 허가된 치료용 대마제품의 성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의약용 대마의 성분명, 상품명, 용도 및 의약품으로 승인된 나라는 아래 표와 같다. 두 제품의 성분은 대마의 정신활성 성분인 THC이며 하나는 THC와 CBD의 혼합제제이고, THC가 함유되지 않은 제품은 Epidiolex 단 1종류 밖에 없다.
성분명 | 상품명 | 효능 및 효과 | 승인 국가 |
---|---|---|---|
Dronabinol (THC) | Marino | 에이즈환자의 식욕증가 항암치료에 따른 구토, 구역 억제 | 미국 |
Nabilone (THC) | Cesametcanemes | 항암치료에 따른 구토, 구역 억제 | 미국,영국,독일 |
THC + CBD | Sativex | 다발성경화증(MS)의 경련완화 | 영국,프랑스,독일,호주 |
CBD | Epidiolex | 드라벳 및 레녹스가토즈 증후군의 2세 이상 소아 간질성 뇌병증 | 미국 |
7. 우리나라의 의료용 대마 합법화
2018년 1월 국회의원 11명이 의료용 대마 합법화 법안을 발의하였고, 자녀의 치료를 위해 대마 오일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했다가 밀수혐의로 적발되거나 형사 처벌을 받은 부모들의 80여건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법안처리가 탄력을 받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9월 20일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마 성분 의약품’의 수입을 자가 치료 목적에 한해 허용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1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Epidiolexⓡ) 자가 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 수입이 내년 상반기 중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번 개정안은 대마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을 ‘한국희귀·필수의 약품센터’를 통해 수입할 수 있으나 마약류 오남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이 직접 수입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되며, 의료용 대마 승인 기준은 ‘국내에 허가된 대체 가능한 의약품이 없어 자가치료를 목적으로 대마에서 유래한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입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 한정, 대마초에서 유래한 것이라도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식품, 대마오일, 대마추출물 등은 현재와 같이 수입과 사용이 금지된다.
희귀·난치질환자는 환자 취급승인 신청서, 진단서(의약품명·1회 투약량·1일 투약횟수·총 투약일수·용법 등 명시), 진료기록, 국내 대체치료수단이 없다고 판단한 의사의 의학적 소견서 등을 식약처에 제출하면, 식약처는 서류 심사 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대마 성분 의약품을 환자에게 공급한다.
8. 의료용 대마 허용에 따른 우리의 과제
미국의 경우, 대마 합법화에 따른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마초 흡연 뒤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한 6,887명에 이른다. 또한 “캘리포니아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뒤 환각 상태에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경우가 지난해보다 3~4배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학계에선 대마초 흡연자가 운전할 경우 사고 위험이 2~7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콜로라도 주는 대마를 사용할 수 있는 질병으로 암, 녹내장, 에이즈, 지속성 근육연축, 경련, 구역질, 통증 등을 규정하였다. 하지만 콜로라도 주 질병환경부는 “의학적 사용이 반드시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네이처는 “마리화나의 의학적 효능을 주장하는 증거는 많지만 상당수는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는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마리화나의 부정적인 결과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리화나가 에이즈 환자의 식욕을 증진시킨다는 보고도 있지만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으로 로버투 부스 콜로라도대 교수는 “대마초의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연구실 수준”이라며 “많은 연구가 진행된 뒤에야 대마초의 의학적 효능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미 의료용 대마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대마의 의학적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함을 어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마의 의료목적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 성분 의약품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수입하여 환자가 자가 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령의 개정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촉구하던 시민단체는 ‘의료용 대마의 경우 민간에서 자유롭게 유통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단순 대마 성분의 카나비디올(cannabidiol, CBD) 오일, 추출물 등이 건강기능식품처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상 시험에서 중독성과 도취감이 없다는 CBD가 주 성분인 Epidiolex의 일반적인 부작용으로 졸음, 진정, 혼수상태, 증가된 간효소, 식욕감소, 설사, 발진, 피로, 불쾌감, 허약, 불면, 수면 장애, 수면 질저하, 감염 등이 보고되었다. 또한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는 자살에 대한 생각, 자살 시도, 불안, 우울, 우울증 악화, 공격적 및 공황 발작과 간 손상 및 심한 간 손상으로 인한 메스꺼움, 구토, 복통, 피로, 식욕 부진, 황달, 갈색 소변 등을 유발할 수도 있음도 보고된바 있다. 또한 중독성과 도취감이 거의 없는 성분인 CBD도 함부로 사용할 경우 ‘정신적 의존’ 등 오남용에 따른 폐해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 등에 대한 보고 결과는, 약물 사용을 허가한 다른 나라에서 오랫동안 실시된 임상 실험의 결과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약물에 대한 임상실험이 전혀 시행된바 없다. 약물의 주작용과 부작용 독성 및 이상반응 등은 나이, 성별, 복용양, 복용방법, 인종 및 개체차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적합한 임상연구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민간에서 자유롭게 유통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는 너무 위험한 일이다.
전문가들도 대마의 의료적 효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아직 국내 임상 연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의 법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해외에서는 대마의 의료적 효능에 대한 임상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진 반면 국내에서 최근 10년간 대마에 대한 치료제 개발 목적의 연구가 이뤄진 사례는 3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위험하고 조심해야할 사항은, 중독성과 도취감이 있으며 장·단기 사용시 많은 부작용과 독성, 폐해가 있는 정신활성물질인 THC가 함유된 의약품의 사용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마리화나가 에이즈 환자의 식욕을 증진시킨다는 보고가 있지만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인데다, 이들 환각성과 중독성이 있는 THC 성분이 함유된 약물이 정말 필요한 환자에게만 사용될 수 있도록, 질병치료와 무관하게 다른 사람이 오락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겠다.
일례로 17년 4월, 미국은 국가 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마의 의료용 사용을 합법화하는 법이 불법 대마사용의 증가 및 성인의 대마사용 장애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했다. 의료용 대마사용 관련법이 없는 주와 의료 마리화나 법률이 있는 주의 전반적인 추세를 비교하면서 1991-1992년, 2001-2002년 및 2012-2013년에 실시된 설문 조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물론 다른 기여 요인도 있겠지만, 성인 불법 대마 사용자 110만명과 대마 중독 환자 50만 명은 의료용 대마사용을 허가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와 같이, 의료용 대마 승인 및 허가가 대마의 오·남용과 불법 유통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대마 문제가 너무 커져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세금을 매겨 관리하는 성인의 오락용 대마사용을 합법화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합법화 자체가 불법시장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건강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문제들이 더욱 악화되고 복잡해지고 현재는 상상할 수도 없는 문제들까지 발생하게 되어 해결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적절한 임상 연구 결과가 적용된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져, 치료용 대마의 사용을 간절히 기다리는 환아와 부모들의 희망에 부응하면서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이제 막 의료용 대마사용을 시작하는 우리나라에게 닥친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즉 대마나 대마성분의약품으로만 치료할 수 있는 대상을 한정하여 접근성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오·남용되는 통로를 차단하며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중독자의 치료재활 및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1)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2) 마약류 범죄백서 (2017년)
3)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WORLD DRUG REPORT 2018, vol.3, “ANAYSIS OF DRUG MARKET”
4) https://www.samhsa.gov/
5) https://www.drugabuse.gov/
6) 신경정신약리학, 뇌와약물남용, 장춘곤외, 2014. 신일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