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하는 마약환경에 따라 약사의 역할도 변해야합니다.
김이항 -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경기지부 지부장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마약류 사범이 1만 4천여 명에 도달했기 때문. 단속되지 않은 암수범죄까지 고려하면 약물로 고통받는 이들의 숫자는 우리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최근엔 병원에서 처방받는 합법적인 약물 중독 사례가 늘어나면서 올바른 약물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변화하는 마약환경에 따라 약사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김이항 경기지부 지부장을 만나 마약퇴치운동의 방향을 물었다.
엄격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한 향정신성 의약품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살 빼는 약, 수면 유도제, 안정제 등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김이항 경기지부 지부장은 “처방과 복용에 주의가 필요한 향정신성 의약품의 처방건수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보건당국의 엄격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6년 마약사범이 취급한 마약류 중 80.1퍼센트는 향정신성 약물이 차지했다. 향정신성 물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물질을 말한다. 이같은 약물은 의사 처방을 받아쓸 수 있지만, 대체로 뇌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일부 성분은 향정으로 특별 지정돼있다. 과다 복용할 경우 마약류의 특성인 의존성과 내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흔히 우유주사라고 불리는 ‘프로포폴’이 대표적이며, 최근 투약후 사고와 중독 문제가 불거진 수면제 ‘졸피뎀’과 살 빼는 약이라 불리는 ‘비만 치료제’도 신종 마약류로 거론되고 있다.
김 지부장은 무분별한 오·남용에 대해서 경계했다. 마약류 의약품 취급 당사자인 의사와 약사들이 철저한 관리를 통해 중독의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남용을 제한하기 위해 의료인들이 환자를 적절히 평가한 후 처방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이들의 복용법을 평가·지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운영으로 기대되는 투명한 약물 관리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병원에서 처방되는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해 12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의료용 마약을 관리하기 위해 국립보건통계센터(NCHS)에서 처방약물 관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5월부터 마약류 약물 남용과 의존을 줄이기 위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본격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 약국, 제약사 등 마약류 취급자가 제조 수출입·판매·양도·양수·구입·사용·폐기·조제·투약을 위해 사용한 향정신성 의약품 취급정보를 보고해야 한다.
이에 김 지부장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마약과 향정신성 의약품의 급여는 물론 비급여로 처방되는 모든 마약류의 사용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기를 기대한다”며, “마약류 불법유출이나 과다처방, 의료쇼핑 등을 파악해 약물남용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 모든 마약류의 사용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기를 기대 "
변하는 환경에 따른 마약퇴치운동의 방향과 약사들의 역할
1992년 마퇴본부가 처음 설립될 때의 사회 환경과 지금의 환경은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에 따라 약물문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그 운동에 중심이 되었던 약사들의 역할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김 지부장은 지난 6월 ‘지역사회 마약류 문제해결을 위한 마퇴본부와 연계기관으로서 약국의 역할모색’이라는 주제로 ‘제10회 마약류 퇴치 심포지엄’을 개최해 “새로운 마약환경에 따른 마약퇴치운동의 방향과 약사들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어야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김 지부장은 경기도 약사회와 뜻을 같이하여 중독자와 그의 가족들을 치료재활기관에 연계해주는 ‘마그미약국’ 설계에 들어갔다. 올해 시범사업과 면밀한 준비과정을 통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약국과 약사의 역할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약사들의 마약퇴치운동에 있어 새로운 영역개발과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김이항 본부장은 “약국이 마약류 중독자의 조기발견 및 치료재활 연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브리지 역할이 된다면, 미인지중독자들의 사회복귀 및 치료재활을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국민의 건강을 중심으로 한 약사들의 헌신과 노력이 국가와 국민 모두를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 믿는다”며, “지금껏 물질적인 후원뿐만 아니라 시간과 열정을 더 해주신 경기도 약사회원님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마약퇴치활동에 대한 약사회원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김이항 -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경기지부 지부장
- 前 경기도 시흥시 약사회 회장
- 前 경기도 약사회 정책이사
- 前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경기지부 총무이사 및 부본부장
- 前 약물정보화재단 이사
- 前 경인식약청 마약류명예위원
- 現 경기도 시흥시 파마트삼보약국 약사
- 現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경기지부 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