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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정책,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경희 -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


‘세계마약퇴치의 날’이 올해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념일로 지정됐다. 법정기념일을 지정하는 데 헌신한 이경희 이사장은 마약류 중독자 재활정책의 획기적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앞으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부)는 마약류 등의 오·남용 및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하고, 마약퇴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참여에 더욱 박차를 가할예정이다. 지난 7월 4일, 서울 선유동 사옥에서 이경희 이사장을 만나 지난 2년간의 활동과 앞으로의 다짐을 들어보았다.


Q. 올해 6월 26일 ‘마약퇴치의 날’이 첫 법정기념일을 맞았습니다. 그 소회가 어떠한가요?

꾸준히 마약퇴치 활동을 펼쳐온 입장에서는 마치 그동안의 숨은 노력들을 보상받은 것처럼 보람되고 기쁩니다. 현재 우리나라 불법마약류의 경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인터넷과 SNS를 통하여 누구나 쉽게 불법마약류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특히 일부 국가의 대마초 합법화 등의 영향으로 청소년 세대에 마약류 접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가적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법정기념일을 맞이했다는 것은 마약문제가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변화들이 국가적인 새로운 정책과 지원으로 발전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Q. 한편으로 많은 시선과 기대에 어깨가 무거울 것 같습니다.

기대에 앞서 우려가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마약퇴치 활동을 하는 것은 참으로 외롭고 힘든 일입니다. 정부의 열악한 예산 지원이나 가시적 성과의 미흡 등을 이유로 많은 직원들이 사기를 잃고 있습니다. 투철한 사회의식과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자기희생이 필요한 분야에서 우리의 뒤를 이어 나아가야 할 젊은 인재들이 떠나갈 때마다 가슴 깊은 통증을 느낍니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이 1만 4천여 명 남짓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마퇴본부에 종사하는 임직원은 예방교육강사까지 합쳐 150여 명뿐입니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마약퇴치정책의 현실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국민 중 한 사람이라도 마약에 홀려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을 어렵게 만드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하며, 그럼에도 마약에 접촉된 사람들은 초기에 치료·재활시켜 떳떳한 시민으로 복귀시켜야하는 사명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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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한국마약퇴치본부의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는 주로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에 집중해왔습니다. 교육의 효과가 크고, 교육하기 편리한 대상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외에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 마약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에서 건너온 이민자, 탈북자 등 우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집단은 여러 사정으로 외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우리 마퇴본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다양한 대상을 타깃으로 심층적인 교육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또한, 변화하는 시대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인터넷 교육이나 체험교실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Q. 향후 어떤 정책과 인식의 변화를 예상하나요?

‘처벌’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길 바랍니다. 현재 마약류 중독자들의 치료와 재활에 대한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여 실효성 있는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물론 정책당국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나 처벌에지출되는 비용이 증대됨에도 재범률 이감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과 이들로 인한 가정의 붕괴와 그로 인한 사회의 부담 증가 등을 고려한다면, 사전에 마약류 중독자들을 치료·재활하여 사회로 복귀시키는데 비용을 배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효과적인 자원배분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희망적인 것은 국내에도 마약중독을 단순 범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유엔에서 추구하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의 흐름에도 부응합니다.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변화를 기대합니다.

Q. 지난 2년 여간 마약퇴치에 힘쓰며 인상적인 순간이 있었다면?

처음 이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마약분야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지도 않고, 생각보다 마약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약학 중심으로 이뤄진 마퇴본부의 정책을 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연구하기 위해 법학, 행정학, 정치학, 간호학, 사회복지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하였습니다. 현재는 그분들이 관련된 분야에 대한 정책을 건의를 하고 심층적인 연구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또한, 어떠한 보상을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마약퇴치에 헌신하는 분들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본업을 뒤로하고 열정적으로 임하시는 분들을 보면 마음을 다잡게 되고 용기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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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마약류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예정인가요?

약물남용 문제에 대한 대처가 국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혹은 각 시도별 차원에서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동안 국가기관이나, 민간단체, 학계 등에서는 서구의 성공적인 약물예방교육 프로그램들을 도입하여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을 실험적으로 실시하였고, 많은 경우 훌륭한 내용과 인적자원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약물남용 예방 및 치료와 재활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지역사회 내의 협력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앞으로는 도청, 시청, 시의회, 보건소, 청소년센터, 병원, 대학 등이 함께 모여 지역특성에 맞게 조례를 만드는 등 지역연대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우리는 곤경에 빠진 이유에 의해 대상자를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마약중독자라 하더라도 회복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사람으로서 다른 복지 대상자들과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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